내용간만에 내린 폭설에 '트윅 브로스 커피'는 텅 비어있었다. 잡음이 섞인 라디오에선 온통 집에서 대기하라는 주의만이 흘러나왔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트윅은 가게 마감을 위해서 청소를 시작했다.
일기예보는 한 치도 틀리지 않았다. 트윅이 미리 경고했음에도 부모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가게를 맡겼다. 늘 있는 일이었다. 부모님과는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기에 받아들이는수 밖에 없었다. 오늘 일을 쉬었다면 지금쯤 크레이그의 집에서 편안하게 보내고 있었을 텐데. 부모님이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출장으로 집을 비우게 되자, 혼자 남겨지는 게 불안한 트윅을 위해 크레이그가 제 집으로 그를 초대한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연인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빨리 끝마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바닥을 걸레질하던 중, 갑자기 가게 안의 모든 빛이 꺼졌다. 당황한 트윅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꺼내 어둠을 밝혔다. 조심스럽게 유리문으로 다가가 밖을 살폈을 때 가로등은 물론이고 건물의 빛조차 없었다. 온 마을이 정전된 모양이었다.
트윅은 터질것같은 공황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어둠을 두려워했다. 어둠을 틈타 온갖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다. 강도를 만날 수도, 외계인에게 납치될 수도 있었다. 유령이나 팬티 노움에게 목숨을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나쁜 생각은 끊이질 않았다. 휴대폰을 꽉 쥐며 희미한 불빛에 의지했지만, 깨진 화면에 나타난 배터리는 고작 3%. 충전하는 걸 잊었다. 가게엔 충전기조차 없었다. 심장이 얼어붙듯이 싸해졌다. 이 빛조차 없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트윅은 급하게 크레이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신호조차 잡히질 않는다. 기지국도 정전이 된 건가? 이 어둠 속을 헤치고 크레이그의 집까지 달려가는 건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모든 선택지가 사라지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트윅은 숨통이 조여오는 걸 느꼈다. 사방의 벽이 좁혀오는 듯 답답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듯 몸을 웅크렸다.
마치 종지부를 찍듯이, 휴대폰마저 꺼지자 트윅은 결국 흐느끼기 시작했다. 몸의 말단부터 시작된 추위가 어느새 온몸을 잠식했다. 어둡고, 춥고, 마치 죽은 것만 같았다. 자신이 살아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종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강도일까? 도둑일까? 대체 누구지? 죽고 싶지 않아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멎은 것은 그리운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차갑고 알싸한 겨울 냄새, 그 안에 너무나 사랑하는 섬유유연제의 향기. 그 다음은 온기가 느껴졌다. 이 세상 어느 곳보다 안락한 품. 트윅은 매달리듯이 그 품에 꽉 안겼다. 심장박동이 빨랐다. 볼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가,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커다란 손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감촉에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얼음장 같은 손가락이 눈물을 쓸자 트윅은 천천히 눈을 떴다. 금빛을 머금은 갈색 눈동자가 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급격한 안도감에 딸꾹질이 터져 나왔다. 크레이그는 말없이 그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이렇게 어둡고 추운 세상의 한가운데서, 트윅은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