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어깨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열중하던 게임 화면에서 고개를 돌렸다.
눈 앞의 연인은 빈 커피잔을 생명줄처럼 꼭 쥔 채 졸고 있었다. 같이 하자고 해도 기어코 거절하며 구경만 하더니, 역시 지루했던 모양이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어느새 게임오버가 되었지만, 이미 흥미를 잃었기에 무심하게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다시 옆을 보았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데도 잠이 오는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트윅은 평소 잠을 잘 못자는게 틀림없었다. 눈 밑에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그 증거였다. 그런데 왜 하필 내 옆에서,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든 걸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다가 문득 스트라이프가 떠올랐다. 그 녀석은 언제나 정신없이 움직이다가도 내 손바닥 안에서만큼은 편안하게 쉬곤 했다. 트윅도 스트라이프와 같은 마음인 걸까. ...내 옆이 편안한걸까?
갑자기 가슴 안쪽이 간질거리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니 잠든 트윅을 가만히 관찰해 보았다. 늘 불안하게 떨리던 동그란 눈은 금빛 속눈썹 아래에 숨겨져있었다. 길지는 않아도 촘촘한 속눈썹이다. 이렇게 평온한 표정의 트윅은 처음 보는것 같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따뜻한 숨이 새어 나왔다. 그걸 멍하니 지켜보다가, 또 가슴 안쪽이 간질거려서 시선을 돌렸다. 깨지 않을까하고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헝크러진 금발을 쓰다듬었다. 손 끝에 닿는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감촉이었다.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켰다. 옅은 땀냄새와 진한 커피 향, 그리고 은은한 레몬 향기가 났다. 그 냄새가 어쩐지 안심 되어 천천히 눈이 감겼다.
어두운 방은 낮은 게임 배경음악과, 나란히 잠든 두 사람의 숨소리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