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여느 아침과 같이 먼저 눈을 뜬 건 나였다. 크레이그는 나를 품에 꽉 끌어안은 채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아마 추웠던 거겠지. 이제 곧 초겨울이고, 나는 체온이 평균보다 높다. 크레이그는 내가 있어서 난방비가 들지 않아 좋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한 대 때려 줬던가? 오래전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만큼 수많은 겨울을 함께 보냈다. 조금 답답했던 그의 품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고개를 살짝 들어 크레이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둘 다 일어나기엔 이르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단단한 팔베개에 머리를 뉘였다. 먼저 깨어난 내가 크레이그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일은 흔했다. 오늘도 그런 평범한 날들 중 하루일 뿐이었다.
크레이그와 함께하는 일상은 편안했다. 특별한 사건 없이 규칙적이고 조금은 지루한 나날들. 사랑하면 닮는다고 하던가? 나도 그를 닮아 지루한 걸 좋아하게 되었다. 혼자 깨어있는 이런 시간이 싫지 않았다. 들리는 건 오직 시트의 마찰음, 그와 나의 숨소리, 심장 소리.
문득 발을 뻗어 크레이그의 발을 건드려 보았다. 차가운 그의 발이 내 온기를 눈치채고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커다란 크레이그는 당연히 발도 컸다. 나도 키에 비하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절대적인 크기 차이는 꽤 대조적이었다. 면적이 넓으니까 온기를 더 쉽게 뺏기는 거 아닐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낮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자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크레이그가 아직 완전히 떠지지 않은 눈으로 나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많이 이른데, 더 자야지."
그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내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간지러워서 발가락이 움츠러들었다.
"잠이 안 와... 나 좀 풀어주면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넌 내 난로잖아."
낄낄거리며 웃는 게 얄미워 정강이를 가볍게 찼다.
"진짜로! 나 화장실 가고 싶단 말이야."
크레이그는 눈썹을 찡그리고 입술을 삐쭉 내밀며 불만을 표했지만, 어찌 됐든 나를 풀어주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가자, 뒤에서 '금방 돌아와야 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나 역시 너랑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낯간지러웠다.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줬다. 크레이그는 그게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바보 같이.